프로그램 노트: 오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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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 도시 공간의 삭제와 생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류시장>은 당연한 듯 반복되는 일방적 개발이 지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외치고 일상을 이어나가는 이들을 담는다.

50여 년 전부터 시장으로 불리었던 땅에 ‘오류시장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상복합아파트가 세워질 예정이다. 오류시장이 사라진다는 건 그저 물리적 공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쌓인 시간, 오가는 사람들, 서로 인사하던 이름들, 물건을 사고 팔며 안부를 묻는 순간들, 서로 나눠 먹던 밥과 떡 냄새가 사라진다는 거다. 거기 머물던 사람들의 일상과 삶이 바뀌는 것이며, 저 높디 높아진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공간에 투자한 사람들은 오류시장을 ‘정비’하기 위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내쫓고 가게들을 철거하고 순대를 팔던 3평 땅을 9명이 쪼개고, 시장을 노후화시킨다. 돈으로, 혹은 돈을 위해 누군가의 시간과 공간을 뺏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누가 이 땅에 돈을 매기는가.

이 공간에서 40년 동안 떡을 만들고 팔며 뿌리를 내린 영동과 효숙은 개발이 당연한 수순이라 말하는 사회에 맞서 오류시장을 지킨다. 그리고 이들은 난생 처음 목소리를 내고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또다른 목소리와 연결되고, 그 싸움은 또 다른 싸움을 하고 있는 이와 마주하게 한다. 지난한 싸움이 흐를수록 효숙과 영동의 외침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오류시장에서 아직 사람이 살아간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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