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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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를 찍고, 낮과 밤이 구별되지 않는 지하로 내려온다. 출입문이 열리면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나온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상적인 장면. 그러나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노동과 삶의 공간으로서의 지하철을 조명한다.

노동하는 공간으로서의 지하철은 어떤 곳일까. 영화에는 기관사와 정비공, 청소노동자 등 지하철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노동자와 앞으로 지하철을 만들어갈 특성화고 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마주한 노동환경이나 자신과 동료가 경험한 산업재해에 대해 증언하기도, 실습생의 눈으로도 보이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담담히 구술하기도 한다.

여느 공간처럼 지하철이라는 공간에도 노동이 있고, 계급이 있었으며, 지하철을 굴려 가는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 때로 그 차별은 너무나도 명확해 출퇴근하는 교통수단의 차이로, 휴게공간의 차이로, 노조의 부재로 나타난다. 지하철은 수평의 길을 달리나, 그 길을 만드는 이들에게 평등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교통수단에 불과했던 지하철이 어떻게 노동의 공간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어떤 권력이 작용하는지를 포착해낸다. 수많은 금속이 맞물려 돌아가고 그 기계를 돌리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 기계의 정교함과 사소하고 벅찬 삶의 약동이 함께하는 곳. 무심하게 소비되는 지하철에서 삶과 노동의 공간을 찾고자 하는 시선의 힘이 <언더그라운드>에 담겨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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