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니어 ROTC(JROTC) 훈련생의 대부분은 소수인종, 그리고 빈민이다. 시카고 내 JROTC 훈련생의 54%가 라틴계, 37%가 아프리카계이고, 백인은 5%에 불과하다. 또한 JROTC가 많이 운영되는 곳은 쇠퇴한 공업 도시 러스트벨트의 빈민가와 미국 남부이다. 인종적, 경제적 소수자성은 시민으로서의 위치를 위협한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라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더 ‘미국 시민’다워지고, 법적인 자격을 쌓아야 하는 자는 사회적 소수자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국가가 인정하는 시민으로서의 위치를 보장받기 위해 이들은 ‘애국’을 해야 한다. 이를 이용해 JROTC는 사회적 소수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교에 빽빽이 들어선다.
이러한 과정에서 군대의 어둡고 추악한 실상은 감추어진다. JROTC 모병관은 “이라크는 멋진 곳이야.”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멋지지 않다. 전쟁의 추악한 민낯은 단지 “이라크는 멋진 곳이야.”라는 한 마디로 감추어진다.
JROTC 프로그램은 모두 미 국방부의 예산으로 진행되며, 이 예산은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국가는 ‘애국자 되기’를 시민의 덕목으로 선전하며, 군대라는 애국시민행 급행열차를 통해 더 안전하고 보장받는 ‘진짜 미국 시민’이 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이러한 선전을 믿는 자들을 이용하여 국방부는 군을 유지한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멋진 것으로 미화되는 ‘애국시민’은 단지 국방부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이름이다.
이 미화와 시민다움의 강요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퇴역 군인인 로리 패닝은 청소년 모병을 막기 위한 활동에 헌신하고, 17살 앨리슨은 많은 사람 앞에서 JROTC의 군 미화에 반대하는 연설을 한다. 19살의 코빈 산체스는 소수인종에게 군대가 시민성을 얻기 위한 역할을 수행함을 폭로한다. 우리는 지금 동원된 많은 사람들의 애국으로 이룬 억지 평화의 ‘적막’ 속에서 살아간다. 이제는 이 적막이 잘못되었다고, 애국의 이면에는 시민성 획득을 위한 사회적 소수자의 몸부림이 있다고 ‘소란’을 피울 때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