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누군가에게는 ‘벌써’일, 누군가에게는 ‘아직도’일 시간. 그동안 우리는 침몰하는 세월호만을 목격한 것이 아니다. 온몸을 던져 싸워온 유가족,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시민들, 참담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반복되는 참사를, 아픔과 분노를 목격했다. 아니, 겪어왔다.
영화 <세 가지 안부>는 세월호 이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 기억을 안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안부를 건네듯 묻는다. 팽목항에서의 질문을 아직 품고 있는 언론인. 유류품을 따라가며 견뎌온 시간을 훑는 유가족. 매년 친구를 보러 봉안당으로 떠나는 생존자와 친구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세월호의 기억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었는지 돌이키게 된다. 풀어야 할 질문이 남아서,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 가족이, 친구가 보고 싶어서, 아직도 진실을 알지 못해서, 참사의 자리에 언제나 국가는 없어서, 또는 슬픔이 끝나지 않아서, 세월호를 기억한다. 너만 아픈 게 아니라고 손내미는 이를 만나서, 함께하다 보니 밥도 먹고 웃게 돼서, 같이 분노하고 아픔을 나눠서, 어떻게든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세월호를 기억한다.
우리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고유하고 다채로운 세계에서, 역동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도 안부를 건네고 싶다. 괜찮냐고, 잘 지냈느냐고. 당신에게 세월호는 어떤 기억이냐고, 그 기억은 어떤 삶으로 이어지고 있느냐고. 그 곁에 같이 있고 싶다고.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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