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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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공간에 주목한다. 특히 농촌 지역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매우 열악한 임시 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다. 기숙사로 제공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는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숙소 안에 있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주노동자들은 매달 월급에서 수십만 원씩 월세를 공제하면서도 “사장님” 눈치에 전기장판 하나 틀기도 어렵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에서의 노동을 마치 하나의 혜택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노동과 안전한 삶은 양자택일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취업을 위해 이주를 선택했다고 해서 주거에 대한 권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살면서 노동할 수 있어야 하고, 살면서 건강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일하러 온 거니까 자고 사는 문제는 대충해도 어쩔 수 없죠” 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다 사람이 ‘사는’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집은 단순히 다음날의 노동을 위해 몸을 누이는 곳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군가 관계를 쌓아갈 수 없는 불안하고 고립된 공간에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 속에 분명한 차별과 배제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노동과 삶의 공간은 분리할 수 없으며,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공명하는 우리도 분절된 존재가 아니다. 비닐하우스의 미나리가 누군가의 식탁으로 가듯이 당신의 노동은 나의 공간으로 연결되고, 우리의 연대로 당신의 공간이 채워진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서로의 공간에삶을 녹여 낼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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