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1.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재학 중인 탈북청소년의 수이다. 여기에 학업을 중도 포기한 청소년의 수까지 더하면 약 3천 명의 탈북청소년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 탈북청소년의 입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이후부터는 그중에서도 제3국 출생 청소년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중국, 라오스, 몽골 등의 국경을 넘고 넘어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국정원이다. 이후 하나원에서 3개월간의 적응 교육을 끝내면 전국 각지로 퍼져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탈북청소년의 이야기다.
탈북이주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은 조금 다르다. 말투, 사용하는단어, 언어 등 그들이 갖춘 외부 조건들은 한국 생활에서 단순한 ‘차이’가 되지 못한다. 그것들은 실시간으로 이들이 북한 출신임을 드러내고 ‘북한 출신’이라는 딱지는 이주민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북한사람의 피’를 가진 것만으로도 한국에선 ‘사상 검증’의 대상이 된다. 근거 없는 편견과 한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레드 컴플렉스’는 탈북이주민의 정착을 한 번 더 위태롭게 만든다. 때문에 탈북민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에도 ‘한국인’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못한다.
홀로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체육 시간. ‘한국말을 잘 몰라서’ 배울수 없었던 수업 시간. 자기소개서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지웠을 때 비로소 받게 된 ‘합격통지서’. 한국을 경험할수록 탈북청소년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자신의 북한 정체성을 지워야만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건지. 여전히 생생한 북한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한국인이 될 수는 없는지. ‘이쪽’임을 증명하라는 세상의 요구가 가혹하기만 하다.
‘동포’를 믿고 국경을 넘은 이들이, 이 땅에서 살기 위해 또 한 번 높은 벽을 오른다. 차별과 편견이 쌓은 ‘배제의 벽’. 그곳엔 자유를 약속하는 사회도, 타자를 환대하는 ‘사람’도 없다. 이것이 벽 뒤에 감춰진 ‘진짜 한국’이다. 국민의 자격을 따지는 국가는 자유롭고 안전할 수 있을까?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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