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다.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의 80%는 중장년 여성이고,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택하지 않은 1500명의 요금수납 노동자를 해고했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처음 해보니까 견딜 수 있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투쟁해보겠냐”라고 말하며 톨게이트 위로 올라가고,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했다. 거리로 나온 투쟁은 처음이지만 부당함을 온몸으로 겪던 노동자들의 일상은 이미 투쟁이었다.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담아주고 싶은 마음에 노동자들은 직접 카메라를 든다. 영화 속 노동자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함께 웃는다. 회사가 이들의 사이를 가르려고 해도, 서로 의견이 달라도, 끊임없이 고민을 나누고 함께 버틴다. 두렵다고 해도, 자신이 없다고 해도, 화가 난다고 해도 괜찮다. 어떤 마음인지 서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투쟁의 목표는 언제나 ‘함께’, ‘모두’, ‘1500명’이다.
2020년 1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217일간의 투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 승소 후 도로공사로 출근한 노동자들은 고속도로 비탈길 청소, 제초작업, 떨어진 돌 줍기를 한다. 수납업무는 자회사 일이라며 도로공사는 이들의 원직복
직을 거부한다. 임금은 줄었고 쉼은 땡볕에서 허락된다. 일하던 곳, 거주지와 먼 곳으로 발령받은 노동자들은 각지로 흩어진다. 이들의 노동환경은 투쟁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함께 싸우며 어깨를 부딪치고 율동을 하며 손을 맞잡던 감각을 기억한다. 바뀌는 계절이 불안하지 않은 삶,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음 세대가 비정규직으로 불안해하지 않는 삶을 위해 계속해서 싸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수많은 투쟁은 오늘도 이어진다. 그렇게 “투쟁”을 외치며 서로에게 보내는 팔뚝질이 어색했던 이들의 연대는 자본에 균열을 낸다.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도, 우리도, 정부도, 한국도로공사도 알고 있듯,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옳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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