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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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연의 관객으로서 거부당한 경험은 제스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타자가 되는 경험에 맞서, 제스는 베케트의 희곡 <내가 아니야>를 해석하고 무대로 옮긴다. 제스는 극의 주인공 ‘입’을 장애의 경험이 축적된 여성으로 정의한다. 그렇기에 제스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소수자들이 함께 있다. 제스는 ‘입’과 자신의 경험, 그리고 이들의 서사를 만나게 한다. 이로써 소수자로서 마주해야 했던 차별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제스는 자기 안의 서사를 찾아가며 새로운 ‘입’을 탄생시킨다.

무대에서 장애를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히 손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가지고 와야 하는 것이다. 장애의 경험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사회는 장애를 고립시킨다. 그러나 제스의 말대로 다름은 아름답고 우리는 함께 행동할 때 강하다. 제스가 탐색하는 ‘입’은 그러한 “다름”의 경험들을 드러내고 마주하게 한다. 무대는 그렇게 “함께” 하는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세세하게 말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이 영화가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 가능한 작품이 되길 염원하며 만들어졌으리라는 것을 알게 한다.

거부의 경험은 우리 자신이 마치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인 양 생각하게끔 만들지만, 우리는 속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제스가 그러했듯 나의 존재를 드러내고, 배제되었던 경험을 말하고 나눔으로써 우리의 세계는 확장된다. 때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의 세상을 확장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이 바뀔 수 있냐고, 너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냐고묻는 이들에게 답한다. 우리를 마주하라! 우리의 존재와 이야기가 바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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