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졌다. 올바른 절차에 따라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지만, 그 뒤에선 국가의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권력이 민주적인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인 행위이다. 당시 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가며 정권유지를 꾀하였던 국가정보원은, 불법적인 댓글 공작과 여론 조작을 펼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국민들의 투표는 민주주의 안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그 이면에선 국가가 이미 여론을 조작하며 표의 방향을 이끌어가고 있던 것이다.
가려진 줄 알았던 범죄의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수많은 증거들이 밝혀졌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공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음’이었다. 정부 여당과 경찰, 검찰 내부에서 수사 과정에 대한 탄압과 은폐가 지속되었고,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었다. 국가권력이 저지르는 여론 조작은 선거 개입뿐만 아니라 진실 은폐로까지 이어졌다. 민주주의를 뒤흔들며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와 그 정권은, 집권 이후 국가의 이름으로 수많은 국가폭력을 자행했으며 국민의 생각과 표현을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국가권력의 범죄와 폭력에 대한 규탄, 저항의 목소리가 광장의 촛불과 함께 변혁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동안 벌어졌던 국정원의 정치 공작도 촛불의 흐름 속에서 다시 밝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적막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여론 조작과 선거 개입은 지금도,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국가권력이라는 적막은 언제나 존재함을, 그와 동시에 절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이남종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잊지 않고, 우리는 국가가 만드는 적막에 소란을 피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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