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5일 한국에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큰 피해를 준 5.4 규모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피해를 당했고 언론에서는 그 내용을 다루었다.
아수라장이 되었던 그곳에는 동생에게 몸을 의지해서 대피하던 시각장애인도 있었고, 사람들을 뒤따라 걷지만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청각장애인도 있었다. 대피 할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혼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문밖으로 대피할 수 없었던 지체장애인도 있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진만이 아니다. 재난은 지금껏 사회가 숨겨온 불편한 진실들을 여실히 드러냈을 뿐이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통해서 그동안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배제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K방역은 ‘정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나, 생계를 위해 출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는 자가격리와 같은 지킬 수 있는 방역수칙이 허락되지 않았다. 사회적거리두기는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생활을 제한했다. 재난은 고려대상이 아닌 존재들을 외면하는 한국사회를 여과 없이 보여줬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을, 나를, 서로를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공적 지원의 확장을 논함과 동시에 공공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한없는 연대로 메워나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세상을 살아낸 방식이며,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간 방식이므로. 누구도 남겨지지 않는 그 날까지, 우리는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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