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내 몸은 정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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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내가 붙이는 이름, 내 정체성, 내 몸에 인생이 있고 역사가 있다.” 지정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들의 외침이다. 이들은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연극을 지도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학생으로 지내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이 영화는 내가 원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내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일상이 저항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빈민가에서 자라나 살 곳이 없어도 이름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서류에 있는 이름은 나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이들은 내 이름을 갖기 위해서, 그 이름으로 불리기 위한 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들을 없는 존재로 가리려는 세상과 싸우고 “왜 트랜스젠더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없냐”고 묻는 이와 맞선다.

영화 속 한 트랜스 여성은 사진 작업을 하러 간다. 촬영의 대상인 흑인 여성은 “나는 흑인으로서, 당신은 트랜스 여성으로서, 소수자성으로 연합되는 이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어떤 트랜스젠더는 연극을 지도하며 여성혐오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퀴어성을 노래한다.

이들은 각자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기반으로 교류한다. 같은 소수집단이 아니어도,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지점은 중첩된다. 그렇기에 함께 싸워나가는 이 저항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든든한 지지가 된다. 이것은 영화 속 브라질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함께 연대하며 싸워나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은 이 연대를, 이 힘을 부정한다. 그런 건 없다며 “챙기지 않겠다” 말한다. 트랜스젠더를 배제한 페미니즘을 외치는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가 그중 하나다. 이렇게 네 편과 내 편을 가르고 혐오 속에 혐오가 자라나는 와중에도 ‘나’를 존중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우리’가 있다. ‘우리’를 가리려는 편협한 생각과 혐오의 적막을, ‘우리’의 삶이 일으키는 파동으로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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