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시리아를 떠났다. 게이드와 압둘도 떠났다. 언제 폭탄이 날아와 나의 공간을 무너뜨릴지, 언제 나와 내 가족이 죽게 될지 모른다. 계속 남아 있다면 나 역시 무기를 들어야 한다. 나의 삶, 그리고 마주 선 타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결국 이들은 목숨을 걸고 그곳에서 탈출하기를 선택했다. 길 너머 길을 계속해서 걸어야 하는, 기약 없는 여정을 택했다.
게이드와 압둘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엇 하나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자신들의 시선으로 기록해 나간다. 원치 않는 삶의 공간에서 탈출해, 그 후의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우리는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탈출의 모습은 돈이 있는지, 동행이 있는지, 데려올 가족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는 난민이라는 이름 뒤로 사라지는 듯하다.
뉴스에서는 불법으로 국경선을 넘는 이민자들을 체포하겠다는 경고가 흘러나온다. 사실 전쟁만 아니면 이들은 시리아에서 살기를 원한다. 끊임없이 걷고 움직이지만, 이들을 반기는 공간은 없다. 이들은 걷는 걸 멈추고 쉴 수 있는 나의 공간을 찾고 싶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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