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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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비슷한 방식으로 억압받았지만, 사실은 아주 다른 삶을 살아온 백만 명이 서 있었다. 우리가 구호를 외치게 된 이유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였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서로가 모여서 광장은 비로소 힘을 가지고, 역사를 새로 썼다.

그랬던 우리는 광장 이후 어디에 있을까? 세월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청년, 사드, 비정규직 노동자, 동물권. 그날의 광장을 채웠던 금지된 언어들은 아직 광장에 남아 있다. 때가 오지 않아서, 정권 교체가 우선이기에, ‘나중’으로 밀린 구호들. 하지만 삶의 문제에 위계와 순서를 따지는 광장이었다면, 우리는 정말 ‘함께’ 서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박근혜 퇴진’이라는 같은 구호를 외친 사실에만 감격했던 거라면 우리는 정말 함께였던 것일까?

이제 한 걸음 내디뎠다. 아직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걸음이 남았다. 촛불 승리로 해결되지 않은 많은 삶이 있다. 광장에 남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우리를 되새김질하며 다시 생각해보자. 다시, 광장에서 ‘함께’ 마주하고 저항할 수 있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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