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혐오는 공정성의 이름으로 둔갑한다. <게임의 규칙> 속에는 공정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는” 트랜스남성 맥이 여자 리그에 있는 것이, “생리하면서 뛰어본 적이 없는” 트랜스여성 안드레아가 여자 리그에 있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성별로서의 일상을 살다가 경기에서만 다른 성별로 호명되어야 하는 삶은 누구에게 공정한가. 이들의 게임은 승패를 가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비율이 40%에 달하는 세상에서, 이들에게 경기란 오롯이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드러내고 증명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게임의 규칙>이 마주하는 혐오와 차별은 지난봄 한 트랜스여성이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하게 했던 혐오와 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여성”의 자리를 “뺏는다”는 말이 담지 못하는 장면들이 있다. 트랜스젠더로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몸을 견뎌내고 태어날 때 부여받은 성별을 거부하며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고 드러내기까지의 장면들 말이다. 공정함도, 권리도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서 만드는 게 아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로 이분된 체계에 부합할 수 있는 “정상성”을 외치는 것은 모두가 지는 게임일 뿐이다.
규정된 몸에 순응하지 않고 존재만으로도 투쟁이 되는 이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세상을 바꾸고있다. 자신을 “강성 공화당”이라고 말하면서 맥을 응원하는 할머니, 새라와 메이크업 영상을 찍으며 깔깔대는 친구들, 안드레아 덕분에 세상에 나올 용기를 얻었다는 동료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맥이, 새라가, 안드레아가 트랜스젠더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몰랐”다던 코치가 자신의 선수와 함께 혐오에 맞서는 동지가 된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우리의 저항과 연대는 그렇게 퍼져 나가 거리를 채운다. 그러니 이제, 당신도 우리의 거리를 마주할 차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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