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노트: 홈그라운드

프로그램 노트

퀴어로 숨을 쉬기 위해선 틈을 만들어내는 저항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는 숨 쉴 틈을 내어주는 균열이 되어왔다.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만나야 하고, 가끔은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웃고 울어야 한다. 그렇기에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나의 자리가 있는 공간.

이태원의 ‘레스보스’는 그저 관념적인 공간은 아니다. 그 안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람들을 반기는 ‘섬지기’ 명우형이 있다. 그는 매일 가게문을 열고 음식을 준비하고 테이블을 닦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춤을 추고 가게를 치우고 홀로 집에 들어간다. 공간엔 매일 같이 노동과 시간, 돈이 들어가지만 퀴어로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은 다행히도 ‘레스보스’의 전과 후로 이어지고 있다. 명동의 샤넬다방부터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 공간 루땐까지.

명우형은 ‘레스보스’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이 들어간다. 버티고 버틴 발바닥은 아파오고, 가끔은 다 놓고 쉬고 싶어도 ‘레스보스’에 오는 얼굴들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와 있다고 한다.

명우형의 친구가 묻는다. 

“너 아직도 그 생활하니?”

명우형이 답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나의 공간을 지키는 일은 그리고 살아가는 것은 때로 외롭고 지난하기에, 우리는 저항의 공간에서 웃고 떠들어야 한다. 그곳이 우리의 ‘홈그라운드’가 될 수 있도록.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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