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인영의 인연들: 3회 미나상&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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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영의 인연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지켜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기획한 특집 인터뷰 시리즈! 서인영의 인연들을 만나보는 시간, “인영의 인연들”입니다. 세 번째 인연들 미나상과 요다입니다. 본래는 퇴사자 특집이었으나, 미나상님이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여 바쁘게 생활하고 계시는 관계로 퇴사했던자들의 특집이 되었습니다.


나기: 한 분씩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미나상: 미나상이라고 하고요. 서인영 25회 영화제부터 활동해서 최근에는 자주 참여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활동하고 있는 미나상입니다.

요다: 안녕하세요. 요다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입니다.

 

[사진 1. 활동가 요다와 미나상. 카페에 앉아 밝게 웃고 있다.]

 

나기: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계시나요? 미나상 님 워낙 오랜만이어서 궁금해요.

미나상: 2월 말부터 새로 일을 시작했어요. 주 5일일하고 있어요. 일하지 않을 때는 피곤해서 주로 기절해있거나 아니면 친구들 만나서 맛난 거 먹고 이 정도? 최근엔 돈을 어떻게 하면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경제 이런 거 잘 모르는데, 돈을 어떻게 하면 잘 모을 수 있을까 찾아보고 있어요. 

나기: 아주 아름다운 삶을 살고 계시네요. 요다 님은요?

요다: 저는 일을 그만두고 자체 안식년을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삶의 질은 많이 좋아졌어요. 출퇴근을 안 하니까요. 그리고 친구들이 이것저것 재밌는 일 많이 해서 일일 알바처럼 도와주러 다니고 있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자원봉사도 해요.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걸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기: 요다 님이 독립하셨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요다: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만족스럽고. 본가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 달래인데 달래를 많이 볼 수 없는 게 아쉬워요. 그래도  빨래해서 말리는 것조차 즐거워요.

나기: 원래 처음 이 인터뷰 기획이 퇴사자 인터뷰였는데(웃음) 미나상 님이 그 사이 취업에 성공하셨어요. 직장 생활은 좀 어떠신가요?

미나상: 전반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계속 일을 하긴 했지만 거의 첫 직장이고 직무적 능력이 별로 없음에도 잘 적응해서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체 활동 분야랑 제 관심 분야랑 잘 맞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내가 관심 잇는 분야에 대해 직장을 통해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권 문제들에 대해. 글 쓰는 기회에 저도 더 공부하고.

나기: 잘 적응하셔서 돈도 많이 벌고…

미나상 : 돈 벌려면 이미 다른 분야에 갔어야 돼요.

고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이 세지 않고..

나기: 두 분은 처음 어떻게 서인영을 알고 들어오게 되셨나요? 자원활동을 여러 해 하고 있는 원동력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미나상: 서인영은 페북 같은 데서 인권 관련(단체)라 ‘좋아요’를  눌러놓고 팔로우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활동을 하게 된 건 2년 전부터인가. 이맘때쯤이었던 거 같아요. “올해도 하나?” 하고  찾아봤는데 마침 자원활동가 새로 뽑고 있을 때였어요. 모집 기간을 처음엔 놓쳤어요. 그래도 너무 해보고 싶어서 늦었지만 조인할 수 있겠냐 디엠으로 여쭤봐서 함께할 수 있었어요. 

이런 자원활동이라고 하면 현장에서만 돕는다거나 활동하는 범위가 좁은데 서인영은 많은 걸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고 무엇보다 영화제만이 아니라 인권활동에도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그게 되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을 하든 재미가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같이 활동하는 분들이랑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는지도요. 어떤 일하더라도 그 두 가지가 충족이 되면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인영은 그게 있어서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21회 ‘나는 오류입니까’ 그때였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존경하는 친구들이 서인영 자원활동가를 했었어요. 그게 18년인가 17년인가… 마로니에에서 인권 영화도 상영하고 문자통역도 실시간으로 나오고 수어통역도 있는데, 이런 걸 처음 본 거예요. “이거 자원활동가 되게 멋있는 일이다.” 이렇게 끝났는데. 그 다음 해 모집을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 마감기한 상관없잖아요. 한 달 늦어도 받아줄 수 있잖아요. 근데 그땐 몰랐으니까. 그때 본 서인영의 포스가 엄청났어요. 면접 봐서 뽑는 건 줄 알고 우동 먹다 말고 미친 듯이 지원서를 막 썼어요.. 자기가 잘하는 거 쓰면 맞춰서 할 수 있는 거 찾아주는 거 있잖아요. 거기에 바느질도 할 수 있고. 어필을 막 했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탈락을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같이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그게 또 좋은 거예요. 누구나 원하면 할 수 있다는 게. 그래서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나기: 지금까지 하게 된 데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요다: 진지하게 여러 번 생각을 해봤어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별생각이 없어요. 하면 하는 거고. 그런데 처음에는 재밌었던 거 같아요. 같이 영화 보고 상영작 선정하고. 그러다가 코로나가 와서 온라인 상영회를 하게 됐어요. 그때는 온라인 상영회도 재밌었어요.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는데 유튜브 실시간 송출하니까 부모님한테 ‘나 유튜브 나온다’하고 링크 보내고요. 

그런데 사실 영화제 사무실에서 밤새우고 첫차 타고 집 가고, 접근권 작업하고 이런 일이 많잖아요. 그럴 때는 집에 돌아가면서 “내가 이걸 왜 하는 거지?”(웃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너무 이상한 게, 어디 가면 항상 사람 때문에 힘들거든요. 여기서는 사람 때문에 힘든 게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은 상임활동가 두 명인데. 저는 들어올 때부터 고운 님이 있었고, (중간에) 고운 님 혼자 계실 때도 있었고… 고운 님의 힘이지 않을까.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고운 님의 엄청난 리더십이 나를 여기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서인영이 되게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요… 개미지옥처럼 계속 오게 만들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오면서 다른 분들 인터뷰 한 걸 읽어봤어요. 고운 님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몰랐어요. 너무 무심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고운 님이 그렇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제도 계속 있는 것이고, 그래서 나도 자원활동을 오래 한 것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상: 요다님 말씀에 공감이 되네요. 안전하고 편안한 커뮤니티, 공동체를 조성하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진 않겠지만, 고운 님 역할이 큰 거 같아요. 느슨하지만 꾸준히 영화제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인상 깊었던 기억은 생각해 보자면 첫 번째는 25회 영화제에서 현장에서 중간중간 밥 먹었던 거예요. 1층에서 밥해 주시는 거 그거 진짜 맛있었어요.* 그때 여름이라 모기도 엄청 많았는데 정수 쌤이 모기채로 모기 몇 개 잡았는지 말씀해 주셨었어요. 그런 소소한 일상들 재미있었어요. 영화제 시즌이 아닐 때는 신년 맞이로 어떻게 활동할지 워크숍도 하고, 바닥에 난방 떼서 앉아가지고 옆에 칠판에다가 어떻게 할지 적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25회 서울인권영화제 때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마을극장 1층에 있는 도시락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주 맛집이었답니다. 

 

[사진2. 25회 서울인권영화제 당시 미나상. 영화 포스터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나기: 일상 하나하나가 쌓여서 좋은 관계를 만들었던 것이군요!

미나상: 서인영의 조직과 구조가 완벽하진 않잖아요. 개인의 희생으로 굴러가는 부분도 많고. 지속 가능한 단체인가 생각하면 저도 잘 대답을 못하겠지만, 배울 점이 많은 건강한 조직문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밖에서 일을 할 땐 안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왜 서인영에서는 됐는데 여기서는 안 되지?” 하고 생각나는 게 많았어요. 작은 예시를 들자면 매번 활동가 모집하고 나서 규칙 만들잖아요. 그럼 다들 진중한 분위기에서 규칙을 만들어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데. 직장에서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거죠. “뭐 그런 걸 해?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는 것 같다”, “유치하다” 이렇게 보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서인영만의 문화 같은 게 다른 곳에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그리울 때가 있었어요.

나기: 저도 미나상님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미나상: 너무 좋네요! 자막 해설, 수어 통역 이런 게 다 당연했는데, 다른 데서 하다 보면 “그래서 얼마나 오시겠냐.”라고 해요. 직장에서는 근거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으니까요.

요다: 작년에 송년회 파티하면서 26회 사람들이랑 선물 뽑고 술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는데, 그날 제가 일찍 갔어요. 근데 텔방에 내가 간 뒤에 찍은 사진이 올라오는 거예요. 그게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처음으로 질투라는 걸 느꼈어요. 이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고, 술도 많이 마시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회식하고 싶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5회 영화제 때는 돌발 상황 같은 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인력이나 시간이 말이 안 됐는데요. 내일 상영인데 수어 추가 촬영을 해야 해서, 요가 매트를 붙여서 크로마키 촬영하고, 고운 님이 가서 상영본 편집하고 다음날 상영하고.

미나상: 그때 상영 사고도 너무 많고.

요다: 25회는 진짜 준비하고, 개막하고, 현장 진행하고, 그런 모든 과정이 진짜 기적 같았어요. 너무 재밌었고, 이 사람들 너무 멋있고, 문제가 생겨도 일당백으로 해결이 됐어요. 그런데 2층에 상영 콘솔 가면 미나상 님 막 기절해있고, 너무 다들 고생하셨던 것 같아요.

나기: 두 분도 다 일당백을 하는 분들인데. 서인영 활동 중에 “이게 나랑 잘 맞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웠다.” 싶은 게 있으실까요?

미나상: 잘 맞는 거랑 잘할 수 있는 거랑 다른 것 같아요. 잘할 수 있는 건 자막 넣기예요. 아무 생각 없이 빨리빨리. 제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제일 즐거웠던 건 역시 현장에서. 정신없고 힘들어도 피곤함이 주는 즐거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와닿지 않는데 현장에서는 관객분들 얼마나 오시는지 보는 것도 즐거운 것 같아요. 영화제 하는 사람들 말고도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있구나. 보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좋은 것 같아요.

요다: 저는 자막 작업할 때마다 물어보면서 하는데 왜냐면 1년마다 단축키를 까먹어요. 그래도 자막 할 때마다 안정감이 있어요. 제일 재밌는 건 현장에서 사람들 만나는 거예요. 개막식,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영화제 아니더라도 제가 연대 활동을 나가서 서장인영(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이나 서퀴(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 사람들 만나고 하는 것도 좋아요. 사람 만나서 “아, BDS가요~” 이런 거요.

 

[사진3. 25회 서울인권영화제 당시 요다. 스크린 앞에 앉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중이다.]

 

나기: 미나상 님이 후원 홍보팀(이하 후홍팀) 팀장님이시잖아요. 작년에도 후홍팀에 있으셨고. 25회 내내 서인영 SNS를 담당하기도 하셨죠.

미나상: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나기: 그런 의미에서 26회에 바라는 점, 이번에 해내고 싶다 하는 점이 있다면?

미나상: 지난 서인영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도 그렇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큰 사고 없이 스무스하게 굴러가면 좋지 않을까요. 당일에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면 다들 당황하고 피곤하고 그러니 올해는 좀 더 안정적으로 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정적인 안정도 중요하겠죠. 너무 신경을 못 썼는데. 한 달 남은 지금부터라도 기여할 수 있는바에 기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기: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 구성해놓은 사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미나상: 이번 영화제에도 재정 마련이 필요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후원 단체 운영 필요하잖아요. 텀블벅으로 모으고 끝내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모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후홍팀이랑 잘 이야기를 해보아야겠죠.

나기: 다음 달에 드디어 26회 하는데 요다 님도 미나상 님도 모두가 처음으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영화제를 하는데 이 광장 상영에서 특히 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요다: 저는 지나가다가 오셔서 영화 보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영화제도 그렇고 성미산에서 한 것도 그렇고, 오시려고 하신 분들만 오실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번엔 오다가다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나상: 저도 그런 부분이 제일 기대가 되고. 그래서 서인영을 기존에 몰랐던 분들도 더 많이 알게 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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