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수는 22년간 시설에서 지내며 50여 편의 시를 썼다. 그는 시 안에 미움도 고통도 없는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했다. 그러나 시설을 나온 후 그는 어째서인지 예전만큼 시를 자주 쓰지 않게 된다. 의아해진 박동수는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되짚으며 ‘시’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그의 기억을 따라 한 뇌성마비장애인의 시간과 관계들이 드러난다. 삶의 고뇌는 자신의 몫이겠지만 결코 홀로 지내지 않는 일상들이 삶 곳곳에 있다.
요즘 박동수는 매일 활동보조인 진산과 만나 바깥 외출을 한다. 종종 친구들과 다른 활동보조인도 만나고 술자리도 같이하며 서로의 인생을 함께 지낸다. 시설에 살 때는 어떠했던가. 공간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함께 살 수 없다고 선을 그어놓은 곳이 아니었던가. 시설에도 장애인을 돌보는 비장애인은 있었으나 그 관계가 동료시민으로서 동등하지는 않았다. 박동수의 세상은 한 건물 안에 격리되었고 그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아주 불평등했고 부당했다. 사람이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을 때,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때 어떤 관계는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단절되었고 세상은 단절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박동수는 말한다. 시설에 있을 때는 희망도 없고 앞이 깜깜한 느낌이었다고. 그래서 시로 다른 세상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시설에서 나온 지금 시는 박동수의 유일한 탈출구가 아니다. 공간이 바뀌자 관계의 방식이 바뀌었다. 그의 인생을 따라, 시의 의미가 재정립되는 과정을 따라 관계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추억과 사람이 쌓인다. 그는 마치 들판에 새처럼 둥지를 벗어나 연결의 공간으로 삶을 확장한다. 진산과 마을주민, 시장 상인과 미용사,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그의 세상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도 박동수가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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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09월 23일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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