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청소

인권해설

2017년 촛불광장에서 ‘청소’의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청소’는 부패한 권력을 척결해 세상을 ‘정화’하려는 정의로운 의지에 대한 은유였고, 수백만 명이 모인 집회가 거리에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질서’와 ‘평화’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선진’ 민주주의의 증거였다. 하지만 혼돈과 무질서를 허용치 않은 민주주의는 일상의 비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박근혜 탄핵”과 “승리”를 자축하던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깔끔하게 청소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회사의 ‘갑질’과 저임금, 비정규의 노동을 견뎠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라는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읊조림은 ‘질서정연한 비폭력혁명’이었다는 ‘촛불’이 과연 무엇을 ‘혁명’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 두기’의 일사불란한 실천과 “K방역”의 서사가 자랑스레 펼쳐지는 지금, 영화 <청소>는 노동자의 손을 떠나 열차에 내던져진 빗자루와 걸레의 고요한 이미지를 통해 그 어떤 떠들썩한 구호보다 많은 말을 한다.

 

오혜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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