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의약품 접근성’입니다. 특히 지적 재산권과 특허에 대한 부분을 잘 파고들어 설명해줍니다. TRIPS로 불리는 ‘무역 관련 지식 재산권 협정’은 제약회사들이 특허에 목을 매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TRIPS 이후 국제 무역에서 특허권이 절대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의약품을 20년 이상 세계 독점하는 일이 가능해졌거든요. 독점하는 동안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와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제약회사가 부르는 돈을 낼 수 있는 국가, 그리고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이죠.
불평등과 재난은 약한 사람들에게 더 쉽게 노출되고, 더 많은 상처를 주곤 합니다. 영화는 가난하고 힘없는 개발도상국의 시민들에게 더 가혹한 의약품 공급 현실을 보여줍니다. 개발도상국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은 AIDS, 말라리아 등 전염성 질병인데요. 이들 질환은 약만 있으면 극복 또는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약을 구매할 방법이 없어 감염자는 방치되고, 주변으로 전염됩니다.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우, 약이 있어도 그 약을 삼킬 깨끗한 물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매년 1500만 명이 남반구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전염성 질환의 85%가 발생하는 남반구에서 11%의 의료 비용을 쓰고 나머지 89%를 북반구에서 쓴다는 사실은, 이 조용한 재앙이 불평등에서 비롯된다는 걸 증명합니다.
김주성(늘픔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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