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세 연설문: 대선보다 먼저,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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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에서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2월 17일 노원구 유세단에서 심지 활동가가 연설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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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원구민 여러분! 저는 오늘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들도 많은 페이스북에서 커밍아웃을 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구체적 일상 속에서 만나는 누군가에게 제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한다고? 그럼 너도 동성애 같은 거 지지하고 그러니?” 하고 말씀하시던 어떤 어른의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수 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그런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덜 만나게 될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그런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규제하는 법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혐오와 차별을 뿅 하고 퇴치해줄 요술봉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차별금지법이라도 있는 세상’의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조차 못 만드는 세상’의 시민들과는 확연히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어떤 상징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당신이 누구라도,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더라도, 기꺼이 당신을 동료시민으로서 환대하겠다는, 공동체 차원의 시그널을 비로소 만드는 법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자꾸 성소수자, 성소수자 하니까 차별금지법이 ‘나’와는 관계없는 법 같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에 관한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성소수자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자꾸 내쳐지는 현실은, 다른 누구보다도 성소수자에게 가장 명확한 신호를 줍니다. 차별금지법이 자꾸 뒷전으로 밀려날 때, 성소수자는 스스로 아직 동료 시민으로 환영받지 못함을 체감합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세상에서 낙담하는 성소수자가 다름 아닌 ‘우리’ 중에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단언컨대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 중에, 친구 중에, 이웃 중에, 동료 중에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대선보다 먼저, 차별금지법에 관심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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