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히틀러와 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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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크고 작은 전쟁은 1백만 이상의 아동을 고아로 만들거나 부모와 헤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쟁은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에 총을 쥐어주고 살육 현장으로 내몰기도 했다.

유엔회원국 중 단 2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비준한 『유엔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은 제 38조에서 “당사국은 15세에 달하지 아니한 자가 적대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할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15세 미만 아동의 징병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터의 실상은 이 조항과는 거리가 멀다.

전쟁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기 때문에 아동 징병의 통계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다음의 예를 통해 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96년, 유니세프가 아프리카 내전국 중 하나인 앙골라 현지 조사를 했을 때 조사 대상으로 삼은 무장 해제된 군인 1만7천명 중에서 1천5백명 이상이 15세 미만의 소년이었다. 군인 10명중에 한 명은 아동이라는 것이다.

조사당시 겉보기에 15살 보다 어려보이는데도 자신이 서른살이라고 우기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군대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너무 절박한 가정 환경을 벗어나려 했거나, 유니폼을 입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는 우쭐함을 가진다거나, 고아이기 때문에 강제로 징병된 경우 등이었다.

아이들은 아주 쓸모있는 인권해설원이라고 한다. 별다른 의문없이 복종 잘하고, 별 감정없이 살인을 저지르며, 적진의 근처나 내부에 겁도 없이 잘 달려든다고 한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전쟁에 단련된 아이들이 ‘평화’를 대면해야 할 것이다. 시민 생활을 지배하는 원칙에 대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이 주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평화’를 대면했을 때 낯설어하진 않을까? 두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류은숙/인권운동사랑방 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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