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호스트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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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 감독의 <호스트 네이션>은 필리핀의 싱글맘 마리아를 쫓아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마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의 미군기지촌에서 엔터테이너로 일할 수 있는 비자(E-6-2)를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정부가 허가한 합법적 이주여성 성착취 시스템을 드러낸다.

E-6-2 비자로 한국에 일하러 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필리핀에서 실직 상태에 있거나,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나갈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여성들이다. 미군들을 상대로 얼마나 술을 많이 파는가에 따라(실제로는 미군들에게 주스를 사달라고 해서 드링크백을 받는 시스템) 매달 받는 돈의 차이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 여성들이 버는 돈은 필리핀에서 자신들이 벌었던 수입의 10배에서 30배 정도(한국 돈으로 70~90만 원 가량)이기 때문에, 이들은 하는 일의 종류, 강도 등을 따질 겨를도 없이 한국행을 결정하곤 한다.

<호스트 네이션>은 다양한 착취자를 포함하고 있는 E-6-2 예술흥행비자 매매 네트워크와 이 시스템에 협력하는 한국 정부를 세심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스카우터, 매니저, 브로커, 프로모터, 그리고 클럽 업주라는 이 네트워크의 주요 인물들, 그들의 역할, 소개비에 대해 소개를 받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조력자들, 여성들이 인천공항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컨택”, 필리핀 여성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해주면서 뇌물을 받는 출입국 직원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 모든 사람들이 한국 클럽에 필리핀 여성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착취의 사슬 없이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필리핀 정부가 E-6-2 비자를 지닌 필리핀 사람들의 출국을 허락하지 않고 그로 인해 필리핀 출입국에서 출국이 여의치 않게 되면 인천공항으로의 여정이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국, 외교부 산하 마닐라 대사관은 E-6-2 비자를 승인하고 제공함으로써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영화는 명백히 보여준다.

기존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 성매매 사슬의 행위자들을 다양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호스트 네이션>의 미덕은 돋보인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군사주의, 가부장제가 촘촘히 얽혀있는 이 문제에서 기본적으로는 시스템과 제도의 책임이 일차적이겠으나, 그 속의 다양한 행위자인 개인을 지워버려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성매매가 유독 군대 근처에서는 왜 허용되어 왔는지, 특히 미군의 경우 한미동맹과 안보(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는 위안부의 존재로 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라는 명목으로 한국, 미국 정부가 심지어 기지촌을 조성, 관리, 권장해왔다는 사실, 이 제도와 관리체계의 허점을 활용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약자(여성)를 착취하는 개인 및 범죄조직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영화는 다시 한 번 드러내 보이고 있다.

 

김조이스, 오리 (두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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