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라우데의 죽음은 군사주의, 젠더규범, 계급불평등 등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권력 문제와 얽혀있기에, 또 다른 죽음과 혐오폭력을 상기시키고, 그녀의 죽음을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미화할 것인지 질문한다.
다큐의 배경은 미군주둔협정이 다시 체결된 시점으로, 일본의 오키나와, 한국의 동두천, 군산, 이태원 등과 같이 미군 대상 성매매 산업이 밀집된/되었던 오래된 미군 기지촌 필리핀 올롱가포시이다. 타 기지촌에도 역시 제니퍼라우데와 같이 미군의 각종 범죄/성범죄에 의한 여성의 피해와 죽음이 보고되지만, 미국의 불공정한 협정으로 사법정의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는 드물다. 한국에서 발생한 윤금이씨 사건이나 미군장갑차 사건의 경우,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처럼 피해 여성을 가부장적인 국가의 이해관계 속에 자의적으로 동원하며 훼손된 소유물로 환원하여 죽음을 대하던 태도를 상기시킨다. 더욱이 필리핀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며 여성들을 처벌하고 낙인을 생산하는 한편, 미군과 함께 기지촌 성산업 형성/유지를 위해 성병 검진을 강제하며 빈곤한 여성들의 몸을 미군에 조달하고 관리해오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한 책임이 있다.
다큐에서 필리핀 트랜스여성이자 인권활동가인 나오미는 “트랜스여성이 미용이나 성산업에 종사하도록 강요되고 있다. 트랜스젠더 운동은 기본적으로 몸을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많은 사람이 성산업에 종사하고, 이를 생계형 성매매라고 부른다”라고 말한다. 트랜스여성이 일을 하며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법적 성별과 자신의 성별이 불일치하기에 여타 사회적 자원이 충분치 않다면, 이분법적 젠더 규범이 공고한 노동시장 진입과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사회적 생존을 위해 성별정정을 택한다. 하지만 한국의 성별정정 제도는 SRS 수술을 요건으로 하기에 고비용/고위험을 개인이 오롯이 감당하게 하며 개인의 생식 기능을 제거하도록 강제하고, 트랜스젠더의 건강을 위협하고 빈곤을 추동한다. 트랜스여성‘들’의 성산업 유입은 이른바 ‘게토’로 몰리는 효과, 즉 갖가지 차별과 성별정정 제도 요건이 강제한, 사회적 자원에서 소외된 여성 빈곤의 결과인 한편, 트랜스여성들에게는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판매자에 대한 법적 처벌, 사회적 처벌이라는 낙인, 성산업 내부의 착취와 위계 구조는 성판매자의 기본적인 권리행사를 제약한다. 소위 성매매 ‘2차’과정은 접촉이 쉬운 특성으로 각종 혐오폭력과 범죄피해로 노출되는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게 한다. 게다가 성판매 트랜스여성의 경우, 수사기관을 이용하려면 법적 성별이 드러나 이차적인 부담과 혐오에 노출될 위험을 가진다. 성 구매자의 가해, 성산업 내부 환경적 위험, 낙인, 성산업 내부 착취구조로 인해 내몰리고 사라진 국내외의 수많은 여성들과 트랜스여성들이 존재하며, 작년부터 1인 방송을 하는 트랜스여성들을 타깃으로 성판매 경험을 강제로 폭로하며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혐오폭력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에 맞서 트랜스여성이 경험하는 빈곤의 대안이자 특정하게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여성들이 성산업에 위치 지워지는 동학을 비롯, 성산업을 경유하는 트랜스여성들의 경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여성들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사유와 담론을 만들어 나아갈 필요가 절실하다.
성산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공간에 트랜스젠더는 늘 함께 존재해왔다. 하지만 트랜스당사자의 법정 성별과 자신의 성별이 불일치한 상황이 타인에게 드러났을 때, 또 다른 폭력, 배제, 차별, 혐오, 괴롭힘 등이 이어진다. 군대, 여자대학교, 화장실, 폭력피해 쉼터, 감옥 등 여타 다양한 사회적 공간의 트랜스젠더 여성의 존재와 출입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한국에서 대두되고 있다. 마치 다큐에서 펨버튼이 제니퍼가 자신의 이성애 남성성을 침범했다며, 그녀를 괴물/남성으로 간주하고 동성애 혐오와 살해를 정당화하는 피해유발론과 닮아 있다. 트랜스여성에 대한 가해나 축출이 정당하다는 언사는 다양한 젠더실천과 성별 정체성을 성기 중심으로 환원하고 판단하고 재단하고자 하는 이분법적 젠더 규범이라는 신념에 기반한 폭력으로, 역사성을 가진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트랜스젠더의 몸들을 추방하고 삭제하거나 성기 중심적 법적 성별 규범에 순응하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오히려 변환되고 전환되어야 할 것은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선재하고 현존하는 구체적 개인인 트랜스젠더 개인의 삶의 맥락을 부정하며, 임의적인 성별 범주인 젠더이분법에 기반한 혐오 폭력을 정당화하고 모든 책임을 트랜스젠더의 몸과 성별 정체성에 던지고자 하는 모든 의도들이다. 개인을 이분법적인 몸에 가두는 시도들에 단호히 맞서고 빈곤과 낙인, 폭력으로 성판매 여성들을 비롯, 트랜스여성의 삶이 단절되거나 사라지는 모든 시도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서사가 있는 개개인의 사람으로 기억되고 기록될 수 있는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 이것이 제니퍼라우데의 죽음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방식이라 믿는다.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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