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한 국가의 탄생

인권해설

1991년 4월 29일,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들이 잿더미 속에서 울부짓는 화면은 삶의 터전을 잃은 당사자들 뿐 아니라 국내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왜 우리가 인종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미 경찰 당국이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오히려 그 사태를 최대한 활용하여 한인 타운을 고의의 희생물로 삼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였다.

한편으론 탄식과 비판이 터져나왔다. LA사태가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단지 한인 사회만이 인종 정치의 살벌한 내막에 무지했고, 또한 무시해 왔던 것이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평결에 흑인사회는 촉각을 세우고 있었고, 일부 흑인 지도자들은 무죄 평결이 나올 경우 무력 폭동을 포함하여 강력히 대응할 의사를 이미 밝히고 있었다.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 경찰의 무차별 구타는 언론을 통해 생생히 보도된 바 있었고, 경찰 폭력에 대한 흑인 사회의 반감과 분노에 불을 지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종 차별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골을 깊게 파온 미국의 인종 분열 통치 정책과,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공격대상이 되게 만든 한인과, 지도력과 전망의 빈곤 속에 폭발된 흑인 사회의 분노가 만들어낸 최악의 작품, 그것이 LA사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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