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하루 또 하루

인권해설

한국에 약 20만 명의 ‘미등록 외국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법무부)와 대형미디어들은 이들을 ‘미등록 체류자’라고 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라고 딱지를 붙여 부릅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임금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체류권을 박탈당한 외국인’이 노동을 하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수익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언어의 장벽과 당국의 감시와 협박이 삼엄한데, 한국인 노동자들조차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영업직, 판매직, 첨단 기술직, 관리직, 사무직 노동자로 고용될 기회가 있을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미등록 노동자들은 그들에게 ‘영업능력이나 사무처리 능력’ 따위를 묻지 않고, 열악한 환경이라도 안정적인 육체노동을 제공할 의지가 있다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영세 제조업, 농업, 건설업, 재활용품수거업’ 등의 사업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조용히 살아갑니다.

한국 정부는 ‘30만 명~50만 명’의 이주 노동자에게 3년~4년 10개월의 체류기간을 주어 제한된 사업장에서 묶여서 노동력을 제공하게 하는 소위 ‘고용허가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동원하는’ 매우 모범적인 정책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가 운용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위와 같은 열악한 일터들에서 ‘미등록 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허가받는 체류기간(3년 혹은 4년 10개월)’을 넘어서 체류하여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입국한 지 1~2년도 안 되어 미등록상태가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 법무부는 그 많은 사람들이 왜 ‘미등록 상태가 되었는지, 노동권은 지켜지고 있는지’ 따위를 전혀 묻지 않습니다. 그냥 ‘등록’이냐 ‘미등록’이냐만 따지고, 후자라(고 의심되)면 그냥 ‘단속하고, 잡아가두고 쫒아내는 것’ 외에는 정책이 없습니다.

관심도 없고 구제절차도 없습니다. 단지 다른 정부기관들에서 ‘증가하는 유해조수 퇴치’의 명분을 걸고 정기적으로, 혹은 특별기간과 장소를 정하여 ‘멧돼지와 고라니, 너구리 사냥’을 하는 것처럼, ‘사람’ 단속반을 가동하여 일터와 삶터에 들이닥치고 추적하여 잡아들입니다. ‘유해조수 퇴치’와 ‘불법체류자 단속’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는 그 계획이 사전에 널리 공표되는 데 반해, 후자는 ‘알리지 않고 불시에’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 인권은 ‘존재(생존)할 권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법무부는 미등록 노동자들을 ‘(한국 영토 내에) 있어서는 안 될 생명체’ 라고 확고하게 낙인찍고, 그 수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유해조수(?)’를 퇴치하듯이 정기적 인간사냥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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