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의 어머니인 콘템플라시온은 싱가폴, 홍콩 등지로 가정부 살이를 나선 수십만 명의 필리핀 여성 중의 하나였다. 그녀의 운명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나빴던지, 이국땅에서의 교수형으로 끝마쳐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중동지역에 가정부로 취업하고 있던 필리핀 10대 소녀가 자신을 성폭행 하려는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해 해외 취업자가 겪는 부당대우에 분노하고 있는 필리핀인들의 국민 감정을 또 한 번 자극한 적이 있다.
노동력 이주는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문제이다. 노동력 이주는 어디서나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것이 바로 인권 문제이다. 이주 노동자는 최악의 조건과 최저 임금으로 수입되는 ‘현대판 노예’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이기 이전에 상품으로 거래되면서, 노동력 수입 국가가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언제든지 출국시켜버릴 수 있는 ‘노동 부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도 10만 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지붕아래 비를 피해 찾아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고 등을 떠미는 모진 주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매일매일 들려오는 우리 땅의 외국인 노동자의 실상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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