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팔당사람들

인권해설

팔당댐이 생기면서 팔당사람들은 농사짓던 땅을 빼앗겼고, 이후에도 상수원 보호라는 규제 때문에 어떠한 생산 활동도 할 수가 없었다. 삶을 지속해야했던 농부들은 강물의 수질에 도움을 주면서도 지역의 생산 활동과 도시의 먹거리가 순환할 수 있는 유기농이라는 고리를 찾아낸다. 하지만 빼앗긴 땅을 다시 임대라는 형식으로 쟁취해야했고, 무엇보다 유기농이 무엇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70년대였기에, 이들이 유기농을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빨갱이’라고 매도를 당하면서도 이들이 뿌렸던 씨앗은 어느새 점점 자라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농의 밑거름이 된다. 팔당의 유기농지가 한국 유기농의 발원지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는 팔당사람들이 4대강 사업에 맞서 싸우게 되었을 때 이 싸움을 가능하게 했던 이들의 자부심이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계속되었던 팔당사람들의 투쟁은, 때로는 4대강 사업이라는 국책사업에 맞서는 투쟁이었고, 때로는 이 땅 유기농업의 발원지의 역사성과 유기농지 자체를 보존하기 위한 투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곳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짓밟으면서 진행되는 일방적인 국책사업이라는 폭력에 저항했던 삶의 꿈틀거림이었다. 어쩌면 정작 농부들도 4대강 사업 중단과 유기농지 보존이라는 ‘대의’만을 생각하고 말해왔는지도 모르겠다. 3년이라는 시간을 농부들 옆에서 먹고 자며 만들어진 고은진 감독의 영화 <팔당사람들>은 그 ‘대의’라는 우산 혹은 무기를 들고 있었던 농부들의 삶, 꿈틀거리는 삶,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아낸 영화이다.

삶이 짓밟히지 않기 위해, 삶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꿈틀거리고 저항하지만, 그 과정 속에 있는 삶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함께 싸우지만 팔당사람들이 언제나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것도, 같이 똥 쌀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 누군가는 떠나야하고, 그래서 아쉽기도 미안하기도 서먹하기도 하다. 계속 남아서 저항하는 삶도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또 미래의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삶이기에 싸우겠다는 힘찬 결심은 늘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4대강 사업에 맞서 싸웠던 팔당 유기농지 보존 싸움은 합의에 도달했고, 유기농지에 쌓여왔던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그 땅을 둘러싼 관계들을 잘 구성하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팔당사람들이 만들어낸 저항의 시간들이, 오늘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일방적인 국책사업이라는 폭력에게 ‘이것은 폭력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삶들이 저항할 때 우리는 그 삶들을 소중하고 고귀하게 여기며 그 삶들에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팔당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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