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태양이 떨어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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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예상하고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태양’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일컫는 말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당시 상황을 ‘섬광’, ‘뜨거운 불빛’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태양이란 표현이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6천 도가 되지 않는 데 비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중심부 온도는 100만 도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가벼운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와 거대한 폭풍, 이후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피해는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것보다 잔혹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에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이중적이다. 원폭 투하가 세계 2차 대전을 끝냈다거나 전쟁에 책임이 있는 일본이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외국인 피해자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당시 조선인들이었으며, 이들 피해자와 2세, 3세 등 후손들이 지금도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제국주의가 창궐하던 당시 대동아공영권을 앞세운 전쟁의 피해자는 일본과 조선의 민초들이었다. 이들과 제국주의를 구별해 내지 않는다면 우리의 역사 인식은 한걸음도 나가기 힘들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태양’은 거대하고 무한한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버지 태양신 헬리오스가 몰던 ‘태양의 마차’를 몰다가 추락해 죽은 파에톤의 신화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지라도 이 거대한 힘이 갖고 있는 유혹은 강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핵무기 개발 논의가 대표적이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벌써 70년. 그 사이 폭탄은 수천 배 이상 강해졌고, 지구상에서 2천여 차례의 핵무기 실험이 있었다. 그때마다 많은 생명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받았고,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핵무기 개발 경쟁이 주춤해지면서 인류가 공멸하는 사태를 막았지만, 그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단지 게임의 아이템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70년 전 낡은 핵무기가 빚은 참상을 꼭 한 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세상인지 묻고 싶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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