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권력이다. 인터넷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처음으로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편집된 미디어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현하고, 시공간에 관계없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무엇이든 도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기득권 세력은 인터넷의 구조를 바꾸고자 한다. 지식과 정보의 유통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인터넷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은 사람들이 지식과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통제한다. 지금까지 인류의 지식이 디지털화되고 접근 가능해졌지만, 이에 허락 없이 접근하는 것은 ‘범죄’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음악과 영상을 섞어 나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것
도 허락이 필요하다. 허락 없는 공유는 해적질이 되었다. 내가 어떤 지식과 문화에 접근하고, 어떻게 공유하며, 창작할 것인지 누가 정하는가?
인터넷 인프라를 소유, 관리하고 있는 통신사는 내가 어떠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 상의 모든 기기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조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바꾸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무선인터넷전화(mVoIP) 앱이 자신의 통화 수익을 잠식할 것을 우려한 통신사들이 특정 요금제에서 무선인터넷전화 앱을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 마음대로 특정한 콘텐츠나 앱을 차단할 권한을 그들에게 줄 것이냐다. 망중립성은 통신사가 특정 기기, 콘텐츠, 이용자, 애플리케이션을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인터넷의 기술 기반은 더 많은 감시를 가능하게도 한다. 인터넷 상의 모든 것은 기록에 남고 추적될 수 있다. 고작 ‘집시법’ 위반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피의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했고, 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2,368명의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이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통신 내용,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통해 흐르는 모든 트래픽을 무차별 수집한 미 국가정보원(NSA)의 감시 도구에 비할 바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수사 관행에 더 이상 ‘범죄 혐의’ 요건은 무의미해진다.
인터넷 기술과 구조는 권력자에게 더 많은 ‘통제력’을 부여한다. 하나의 작은 권한이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남용될 여지도 커진다. 교통통제용 CCTV가 집회 감시용으로 남용되는 것을, 영업비밀 방지 시스템이 노동감시용으로 남용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해법은 ‘더 많은 민주주의’, 즉 권력에 대한 시민의 역감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보가 권력인 시대에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구조는 공적 정보와 지식은 최대한 공유하고, 사적인 정보는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망중립성, 프라이버시, 정보문화향유권, 정보접근권 등 정보인권의 보호는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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