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아직도 내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35년간의 내전으로 민초들의 삶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다. 지난 한해 동안만 보안군과 민병대에 의해 죽은 민간인의 숫자는 천명을 넘는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죽기 전 고문당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또 실종자의 숫자도 최소한 1백50명에 이른다. 이러한 인권침해의 대부분은 보안군과 민병대에 의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병대의 활동은 1989년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게릴라 지역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는 정부와 민병대 간의 검은 거래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해 5월 한 민병대 그룹이 가난한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11명을 죽였고, 이들이 떠난 이후 25명이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병대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그 공격을 주도했다고 밝혔고, 정부 당국에 실종자들의 시체가 어디있는지도 알렸다. 그러나 정부는 민병대에 의해 끌려간 이들의 석방에 대해 애쓰지도 않았을 뿐더러 죽은 사람들의 시체도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 것은, 콜롬비아 보안군 관계자들 또한 그 학살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위협과 공격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만 최소 6명이 살해당했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변호사 호세 에두아르도 우마나 멘도자도 그 명단에 속해 있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정치범, 노동조합활동가 그리고 실종자들의 친척들을 변호하고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들을 조사해 온 콜롬비아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였다. 인권침해 사건들을 조사하는 사법부 관리들, 기자, 정치운동가, 노동조합활동가들 또한 표적 대상이다. 노동조합대의원회 부의장인 조지 오르테가 가르시아 씨는 10월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죽기 전 수차례의 보호요청은 경찰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초 기대를 모으며 시작됐던 정부와 반정부 게릴라간의 평화협상은 결렬된 상태다. 반정부 게릴라의 주된 요구는 △토지의 공정한 재분배 △민병대의 해체 등이었다고 한다. 평화협상 결렬 이후 총성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과연 콜롬비아 민중들이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
<이주영/인권운동사랑방>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