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가 있다. 헌법에 단결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온갖 해괴한 질문에 답변해야 하고 소송까지 해야 하는 나라.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행복해질 자격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 그렇지만 일을 하고 대출까지 받지 않으면 대학을 다닐 수 없는 나라.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침내 제대로 된 어떤 일자리도 얻을 수 없는 나라. 30분 피자 배달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법률이 보장하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주휴수당조차 착취당하는 나라. 그리고 이 나라에 앨리스가 있다. 착하지만 약하고, 상식적이지만 억압당하고, 꿈이 있지만 끊임없이 좌절해야 하는 앨리스들이 있다. 이들 앨리스 앞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이들은 착하기에, 상식적이기에, 꿈이 있기에 기어코 서로 손을 맞잡고 이 벽에 맞선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승리들을 일구어 낸다. 거대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주휴수당을 쟁취해 내고, 법원에서 노조 설립 판결을 얻어 낸다. 작은 승리지만, 너무나 벅찬 승리였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승리를 맛본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 작은 승리가 가져다주는 벅참과 기쁨이, 그것이 가져다주는 성과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삶에 얼마나 활력이 되고 어떤 행복을 안겨 주는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명랑운동회에서 앨리스들이 던진 신발은 이상한 나라의 거대한 벽을 향한 발길질이다. ‘결사의 자유로도 충분한데 왜 노조냐?’ 하는 생뚱맞은 질문에, 앨리스들은 ‘그럼 당신들은 결사 하쇼, 우리는 노조 할래요!’라고 당당하게 맞받아친다. 이 ‘이상한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고, 착한 앨리스들은 우리의 젊은이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승리할 것이다. 아니 이미 승리하고 있다. <청춘유예>의 선언이다. 김종서 (배재대학교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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