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친한 친구, 지인 중에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혹은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있습니까?”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4%만이 이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말 한국에 성소수자가 그렇게 적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아니다. 성소수자는 교실에, 사무실에, 동네와 거리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보지 못했다는 답변은 자기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길 바라는 믿음에 가깝다. 성별은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뉘어 있다는 믿음, 여성과 남성이 만나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믿음, 모두가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아야 한다는 믿음. 이러한 믿음들이 가득한 세계에 성소수자는 없다.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다는 답변이 무색하게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넘쳐난다.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의 80%가 교사로부터 혐오 표현을 들은 적이 있고, 92%가 학우로부터 혐오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성적지향이나 성별표현으로 인해 괴롭힘을 겪은 성소수자는 반절이 넘는다. 커밍아웃 이후 가족에게 냉대 받고 폭력을 당할 수 있으며 친구와 선생님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충분히 여자답지 못해서, 혹은 남자답지 못해서 취직을 못 하거나 직장에서 잘린다. 군대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침해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대선을 거치며 대통령 후보들은 서슴없이 차별 발언을 내뱉었다. 사회 전체가 성소수자를 부정하고 삭제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다.
도현은 이 세계에서 FTM 트랜스젠더인 자신을 드러내고 내가 여기에 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외침을 듣고도 모른 체하거나 그를 떠나간 사람도 있다. 반면 도현의 곁에 남아 그와 더 가까워진 사람도 있을 테다. 어떤 관계가 됐든 도현의 목소리를 들은 모든 이는 자신이 가지던 믿음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말 그들의 믿음처럼 이 세상은 단일한 ‘정상성’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의 말하기는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에 균열을 낸다. 도현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며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도현의 커밍아웃은 자기답게 살기 위한 본능이자 투쟁이다. 그가 이 투쟁을 계속해나갔으면 좋겠다. 그 곁엔 수많은 성소수자 존재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있는 존재”였다. 성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없던 게 아니라 당신들이 우리를 보지 않았던 것임을, 또한 이 땅은 당신들만의 것이 아님을.
보통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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