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이혼을 말할 때 남성이 아니라 여성을 문제시하는 걸까? 아마도 그것은 ‘영웅호색’이라는 말과, ‘여자팔자 두레박 팔자’라는 말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혼은 여성이 해서는 안될 실패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사회에서는 이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혼 여성의 인권 문제를 보고자 할 때는 각 사회 문화가 여성과 결혼을 어떻게 관련짓고 있는지를 보아야만 그 사회가 이혼 여성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비로소 그녀들이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든가,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진다’는 말은 다양한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권리에 대한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는 무의미한 수사에 불과하다. 이것이 이혼 여성의 문제가 그 사회의 특수한 문화적 관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이혼이 전혀 용납되지 않는 사회와 혼인 형태의 자유로움이 나름대로 굉장히 진전되어 있는 사회, 또는 우리 사회처럼 여전히 편협하고 이혼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그와 관련된 모든 책임과 낙인을 동시에 여성에게 주고 있는 사회 등. 한국사회에서 이혼 여성들은 관계로부터의 고립과 비난, 노동권의 상실로 인한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단독비행을 할 수 있는 항로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심지어 그 항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조차 막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가 만들고 있는 문화 현실이다. 그녀들의 인권을 말한다는 것은 이렇듯 사회가 부여하고 있는 성적 편견을 제거하고 생존할 수 있는 권리와 방식을 제공할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정연/또 하나의 문화(여성과인권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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