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아직도 약 27만 명이 피난 중이고,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원전 해체와 복구에 수십 년, 최소 500억 달러(약 53조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금액은 그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다테무라 마을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45km 떨어진 지역으로 낙농업을 주로 하며,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성공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가족과 같은 소들이 죽는 모습을 참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3월 반핵아시아포럼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하세가와 겐이치 이장님은 “‘고향’이 가슴 아픈 말이 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건강 위협 때문에 강제 피난한 사람들은 ‘집’이 아닌 곳에 집단 이주해 살고 있다. 방사능은 노인부터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를 위협한다. 자기 집에 거주할 권리와 일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하게 살 권리, 야외에서 놀 권리 등을 모조리 빼앗긴 이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하듯이 이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참상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다. 하세가와 이장님이 일본 각지를 돌며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알리고 ‘탈핵’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무시한 채 원전 재가동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 또한 원전 확대와 수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23기인 원전을 2035년까지 최소한 39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영화에서 던져주는 유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고, 삶과 노동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권승문(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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