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우리 집에 불이 났다

인권해설

미국은 매우 다양한 피부색·국적의 사람들이 자유로이 살아가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한 채 매일을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민관리국(Immigration & Naturalization Service)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냉혹한 정책으로 악명이 높다. 최근 이민관리국은 멕시코와 미국 간 국경경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멕시코-아리조나 국경 지역에서 1999년(10월 현재까지)에만 보란듯이 불법이민자 47만 449명을 체포했다. 이민관리국에 의해 적발되는 불법 이민자들은 구금 과정에서 줄곧 비인간적인 처우를 호소하곤 한다. 또 이민관리국의 수용인원이 넘치면, 정당한 재판도 받지 않은 채 일반 교도소로 옮겨진다고 인권단체들은 알리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은 노동 현장에서도 저임금과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3∼4백 명에 달하는 불법이민노동자들 대부분은 일용직에 근무한다. 이들에겐 아무런 서면 계약서도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일을 하고도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흔한데, 이들은 이민관리국에게 발각될 것이 두려워 임금을 받지 못하고도 혼자 끙끙 앓아야만 하는 처지다. 그리고 고용주들은 노동허가증을 가져온 후에나 임금을 줄 수 있다며, 오히려 불리한 처지를 이용하곤 한다. 불법이민자들이 겪게되는 차별은 그들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고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진다. 공립학교에 갈 기회가 차단된다거나, 응당 누려야 할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예다. 이제 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악몽에 불과하다.

<이주영/인권운동사랑방>

1인권해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