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쫓겨납니다.
일터에서, 집에서, 가게에서, 거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쫓아내는 사람들은 항상 “법대로”라고 얘기합니다. 다 뺏고, 두드려 패기도 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해도 “법대로”랍니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건물주도, 개발이나 미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철거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장사만 했던 상인들이 가게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약탈’, ‘파괴’,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이 세상의 “법대로”는 아주 쉽게 사람들의 삶을 빼앗고 파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을 얘기하고, 모두가 삶의 가치는 소중하다고들 하는데, 이런 일들은 왜 이렇게 당연한 듯 일어날까요? 돈 때문이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이들의 가치를 망가뜨리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이고, 또 이들의 편에 서는 잘못된 법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서 빼앗는, ‘이상하게 여겨야 할 일’들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파트 값을 올리기 위해서 인근의 노점은 사라져야 하고, 건물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거기서 열심히 장사해온 상인은 나가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빼앗기는 자들의 ‘권리’는 돈을 더 버는 데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식’을 말합니다. 그저 계속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살아왔던 대로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고 싶을 뿐이고, 아무것도 없이 내쫓기거나 차별당하지 않고,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당연하고 유일한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스승의 날에 반가운 뉴스 한 자락을 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뉴스였지요. 반가운 마음과 함께, 이렇게 당연하고, 할 수 있었던 것을 그동안 왜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세상의 가치든 법이든,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면 바꾸면 될 일입니다. 이렇듯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든 분들과 서울인권영화제를 있는 힘껏 응원합니다.
우리 이웃의 ‘당연한 일상’이 바로 ‘상식’입니다.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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