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교도소에 입소했다.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법적 성별은 아직 남성이었기에, 남성 수용동에 수용되었다. 입소 초기에는 다행히 밖에서 사용하던 여성 속옷 등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 측에서는 점차 다른 수용자의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며 속옷 사용 등을 불허했다. 나아가 교도관들은 그녀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모멸적인 말을 하고 면담 내용을 누설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그녀는 결국 자살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출소 후 그녀는 인권단체들과 함께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서울지방법원은 담당 교도관들의 감시, 감독 미흡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해당 사건과 관련된 논의들은 링크자료집 참조).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든 있다. 그 말은 구금시설에서 수용 중인 사람들 중에도 마찬가지로 있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확인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전국에 7명의 트랜스젠더 수용자가 있었다. 그러나 구금시설 내에서 트랜스젠더들은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차별을 마주한다. 자유형이라는 이름 하에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그곳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살아갈 자유 역시 박탈한다. 기본적으로 남과 여, 두 가지 성별로 구분된 수용시설 앞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체성이 아닌 법적 성별에 따라 수용된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알린 경우 지침에 따라 독거 수용될 수 있으나, 이는 여자(남자)교도소 내 유일한 남성(여성) 독거 수용자가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는 처우, 의료적 조치들을 받는 것은 더욱더 지난한 일이 된다. 2014년에는 교도소에서 긴 머리를 자를 것을 거부한 트랜스젠더 여성수용자가 징벌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관련법은 위생을 위해 두발을 단정하게 할 것만을 요구할 뿐 길이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위 징벌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에는 구치소에 수용된 트랜스젠더 남성 수용자가 호르몬 요법을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소 측의 의료적 조치 거부를 차별로 판단하고 관련 지침 마련 등 개선을 권고했다(자세한 내용은 링크자료집 참조).
이렇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금시설 내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령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2018년 제정된 「수용업무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은 성소수자 수용자를 성적 정체성에 적합하게 대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후에는 「성소수 수용자 수용처우 및 관리 방안」이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전국 교도소에 배포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침이 단지 서류상의 문장만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교도관들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들은 인권침해 사례들 역시 관련 지침이 존재함에도 발생한 일이었고, 법무부가 세부방안을 마련한 지금에도 여전히 유사한 사건들은 발생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수용시설에서 그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 그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은 여전히 박탈당하고 있다.
“죄를 지었지만 사람입니다. 교정시설이라고 해서 인권이 침해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 이야기한 사건 당사자는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 죄의 대가로 형벌이 부과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존재’ 그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됨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에 묻고 싶다. 언제쯤 교정시설 내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의 외침을 외면할 것인가.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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