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아직까지 제도적·관습적 차별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한 채 ‘있지만 없는’ 소수집단(minority)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낙후된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은 더 이상 여론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가는 실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더한 실업과 빈곤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현행 연수취업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2년간의 기술연수 후에 1년간의 취업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기술연수는커녕 곧장 3D업종의 단순노동에 투입되며 연수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저임금 착취를 당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주노동자들에겐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다. 그들의 빈곤과 차별의 문제는 한국의 노동자와 빈민의 문제이며 한국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고질적인 불평등의 문제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좀먹는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간의, 인간 대 인간 간의 결연한 연대의식이다. 그들이 더 이상 경제적 도구로서가 아니라 한국인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될 때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김경태/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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