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인과 비감염인 사이의 외나무다리를 건너자 나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이다.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HIV/AIDS 감염인을 만났다. 대부분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에서 활동하면서였다. 매년 12월 1일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열리는 감염인 인권 주간 관련 행사나 간담회 또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통해 감염인을 만났다. 그때마다 가능한 한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노라 밝힌다. 하지만 그들을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다.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 HIV/AIDS 감염인을 타자화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동성애자 친구들 중에 감염인이 있다거나 자주 가는 클럽, 바에도 감염인들이 갈 수 있고,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스스로가 안전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주체이고, 그것을 상식으로 여겨 자신이 감염되거나 또는 감염인을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남성 동성애자 HIV/AIDS 감염인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만나 왔던 친구와 소원해질 수 있고, 본인의 의도, 사실과 상관없이 잘못된 소문들이 퍼질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감염인들은 감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친구를 만나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가장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인데도, 에이즈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감염인이라는 낙인이 주는 고통 때문에 감염인과 비감염인 사이에 건너기 힘든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듯하다. <옥탑방 열기>는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믿는 영화다. 감염인이라고 섹스 할 수 없는 이유는 없다. 그 다리를 건널 수 있는 방법은 나도 깊게 고민할 문제고, 우리가 함께 풀어 가야 할 숙제다. 이종걸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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