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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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HOME JUST LIKE YOURS”. ‘이것은 집이다. 당신이 사는 집과 같은’.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작은 마을 칼렛 앗-따바에 있는 건물 한 벽면을 가득 채운 글씨를 보고 나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도 사람이다, 이것도 집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호소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나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무기와 제도 뿐 아니라 거짓 뉴스와 여론몰이로 이스라엘이 온갖 수단을 이용해 지우려고 하는 팔레스타인의 존재는 전 세계에 증명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위태로운 것이 되었다.

마사페르 야타는 서안지구의 남쪽에서 가장 큰 도시인 헤브론에서도 남쪽, 나깝(네게브) 사막과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마치 성서에서 읽기만 했던 광야와 같은 그 지역에는 소규모로 농업과 목축을 하는 작은 마을들이 약 12개 흩어져 있다. 이 지역은 오슬로 협정 시기 서안지구를 통치 권한에 따라 A, B, C로 나눈 지역 중에서 이스라엘 군정 통치를 당하는 C 지역에 속한다. 이것은 이 지역에 이스라엘이 군사 훈련 시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며 불법유대정착촌에 살고 있는 정착민들의 무장과 만행도 더욱 극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이스라엘 군의 사격 훈련장이 있는가 하면, 불법유대정착민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곳곳에 초소를 설치해 감시하고, 양과 염소를 치는 목동이나 등하교하는 학생들은 정착민과 군인에게 수시로 공격당한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에서 정착촌을 확장하거나 군사 훈련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어기며 1980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마사페르 야타를 ‘사격 구역 918’로 지정하였다. 주민들은 언제나 강제 철거와 이주, 재산 처분의 위협을 항상 받으며 살아왔고 땅과 도로, 물, 교육과 의료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었다. 2022년 5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수십 년에 걸친 소송에서 주민들의 청원을 기각하고 이스라엘 군의 강제 퇴거를 승인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는 최근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시행한 가장 큰 규모의 강제 퇴거에 대한 승인으로 1,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강제 추방되고 300여 개의 집, 농경지와 우물, 학교와 의원 및 모스크가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판결 이후 불법유대정착민들의 폭력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들은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이스라엘 군이 한국의 HD현대 장비를 비롯한 중장비들을 이끌고 와서 언제 철거할지 알 수 없다. 통보하더라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하고 기습적으로 장비를 끌고 가서 강제 철거를 단행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불침번을 서면서 지키지만, 무기를 들고 오는 군인들과 중장비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온몸으로 막아내고자 저항하는 것과 기록하는 일이 전부일 때가 많다.

그러나 마사페르 야타의 주민들은 오늘날까지도 자기 마을을 지키며 양과 염소를 치고, 작물에 물을 주고, 등교를 한다. 그런 가축과 농작물에 물을 줄 수 있도록 밤새 우물 옆에서 야영하며 지키기도 하고 오랜 세월 목동들이 쉬기도 하고 살기도 했던 동굴들을 지키기 위해 임시로 거주하기도 한다. 정착민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이 땅에 내린 뿌리를 절대 거두지 않으리란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안과 살해 위협에도 그저 그곳에서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 맞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매일의 삶이 투쟁인 마사페르 야타의 주민들과의 연대, 구체적으로는 BDS(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운동에 동참하여 HD현대의 중장비들이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로 사용되지 않도록 촉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불어 현재 9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가자의 집단학살이 당장 끝낼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앞장서고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가 완전히 종결되는 날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높여야 할 것이다.

 

새라(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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