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대중교통이지만 그 말에 있는 ‘대중’에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배제된 것 마냥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수직형)휠체어리프트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고 중증장애인은 말 그대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했지만 오이도역 참사로 이어진 이동권 투쟁은 한국사회에서 전례없는 장애인들의 투쟁이었다. 지하 서울역에서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선로를 점거하고 동시에 지상에서는 버스를 막으며 “장애인도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구호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 권리의 외침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동에 권리가 부여된 역사적 사건 이후 이제는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보는게 어렵지 않고 거리엔 저상버스와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이 골목을 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많은것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변화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감고, 도로를 막고, 바닥을 기며 스스로 쟁취하고 얻어낸 결과였다. 그렇게 장애인들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동시켜왔지만 여전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장애인의 이동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동에서 가로막히니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갈 수도 없다. 우리가 장애인의 살아갈 권리를 말할 때 정부는 매 번 예산이 부족하다는 변명하기 바쁘다. 반복되는 정치의 외면과 무관심에 장애인의 권리는 가로막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장애인은 거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거주시설에서 ‘갇혀’있어야 한다는 혹은 갇혀 있을것 이라 생각하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다.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는 장애인과 우리 모두의 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승강장이라는 공간과 열차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호소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절절한 외침에 일부 시민들은 활동가를 향해 욕을 퍼붓기도 하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열차에 올라 관심을 호소한다. 여론은 선과 악으로 구분지으며 바라보지만 장애인들이 외치는 그 권리는 결국 생(生)과 사(死)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이 삐딱한 사회는 장애인들이 모여서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아닌 비장애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시끄럽고 요란하게 잡음을 만들어 내며 삐딱한 사회에 균열을 낸다. 매일 아침 승강장과 열차에서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로 시작하는 그 외침의 목소리는 ‘살고자 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시민들과 만나며 함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 다른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전장연 채널을 찾아오세요 🙂
다니주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매일 아침 당신을 기다립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세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사회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장애인 대중이 스스로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2007년 출범했습니다.
1980년대 말에 태동하여 2000년대 장애인도 함께 버스를 타고 사회에서 함께 살기를 외치며 버스와 지하철을 막고 한강 다리를 기어 건넜던 장애해방 투쟁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투쟁, 장애인 이동권 및 노동권, 자립생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의 투쟁과 행동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