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조선일보> 1면 보도는 한국 언론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검찰총장이 혼외자식을 두었다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솔직히 많은 수의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채동욱 검찰총장은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누구도 검찰총장의 ‘진짜’ 사퇴 이유가 혼외자 의혹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매우 정치적인 ‘진짜’ 이유를 가진 권력 핵심부를 대신해 매우 사적인 혼외자 문제를 끄집어낸 것입니다. 기어이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리사회에서 소위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언론 집단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권력 핵심부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보도는 지난달 한국신문협회가 주는 ‘2014년 한국신문상’을 받았습니다. 이 심사를 맡았던 문창극 심사위원장은 “언론이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을 보도하려 할 때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용기다. <조선일보> 편집국은 그런 용기를 보여줬다”라고 극찬했습니다. 문창극 씨는 <중앙일보> 출신입니다. ‘조중동’이 서로의 권위를 상호 유지시켜주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입니다.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고 합니다. 행정, 입법, 사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언론이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이 아니라 ‘권력의 탈선’ 자체도 얼마나 용기를 갖고 보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특히 ‘조중동’에 대해선 더 그러할 것입니다. 채동욱 혼외자 보도를 촉발시킨 ‘진짜 이유’인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이들은 사실상 침묵했습니다.
언론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가. 정치권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집중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이기에 더 중요한 질문일 것입니다. 혹자는 SNS와 같은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대안’ 내지는 ‘희망’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전홍기혜(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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