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묻힌 목소리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왔다고들 했다.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간의 대화와 화해의 몸짓은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 왔던 대결과 전쟁의 위기를 걷어내는 중요한 계기였고 많은 사람들은 평화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분명 우리의 한 부분인 성주 소성리에서는 수천여 명의 경찰에 에워싸인 채 계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주민들의 의사는 배제된 채 강행되는 사드기지 공사를 막기 위해 그곳의 사람들은 서로의 몸을 묶어야 했고 무차별적인 공권력에 의해 끌려 나와야 했다. 소성리 사람들의 삶과 평화는 그렇게 질식되고 있다. 같은 일이 10여 년 전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벌어졌다. 2007년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정부에서 주민의 의사는 배제된 채 강행된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그곳 사람들을 갈가리 찢어놓았고, 이들의삶은 불안해졌다. 지금의 소성리와 같은 모습으로 시작된 저항을 지속하였고 4000일을 넘긴 저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군사기지, 군사훈련장 등의 건설 사업에서 해당 지역 사람들의 삶은 그리고 인권은 아주 쉽게 무시된다.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저항을 님비 혹은 이기주의라는 말로 치환한다. 분단이라는 조건과 이로 인해 뿌리 깊게 형성된 ‘증오’는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는 주장이 다른 모든 목소리를 삼키는 것을 용인한다. 우리는 국가가 추진하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국민의 삶을 더 불안하게 해 온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더 많은 군사기지와 더 강력한 무기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지금 이 땅에 번지는 평화의 기운은 무기를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안보가 아닌, 그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영화 ‘소성리’는 부당한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투쟁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보장받아야 할 일상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소소하고 심지어 조금은 심심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박석진(군대를 보는 시민의 눈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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