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세계은행 부수기

인권해설

1999년 11월 30일. ‘WTO 반대, 뉴라운드 출범 반대’ 시위가 세계 전역에서 동시에 전개되었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열리던 미국의 시애틀 시가지에서는 노동자·농민·생태주의자·페미니스트·실업자·인권운동가 등 4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3일간 계속된 이 시위는 첫날 시애틀 각료회의 개막을 5시간 가량 지연시켰으며 결국 자유무역 뉴라운드의 출범을 무산시키는데 결정타를 날렸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토대로 1995년 정식 출범한 WTO는 공산품에서부터 농업·서비스·지적 재산권까지를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두고 각종 국내 정책들을 ‘비관세 장벽’으로 취급해 철폐토록 했다. 나아가 WTO규범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혹독한 보복조치를 가함으로써, 각국 정부(특히 제3세계)와 민중들이 경제·사회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힘과 합법적 주권을 제거하는 등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 결과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한 나라 안에서도 특히 노동자·여성·농민들이 그 희생양이 되었다.

따라서 시애틀에 모여든 각국의 민중들은 “세계무역기구가 장기적으로 해체되어야 하고, 그 전 단계로 최소한 우리 삶의 핵심분야는 ‘자유무역’ 체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공공서비스(교육, 보건의료)·생명특허·문화 등이 그것이다.

한편 시애틀에서 촉발된 반(反)세계화 투쟁은 올해 4월 미국의 워싱턴, 9월 체코의 프라하로 이어졌으며, 세계화 주도기관인 WTO·IMF·세계은행을 해체하고 그 체제로부터 ‘이탈’하자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주영/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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