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1968년, 나는 레즈비언이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소쓰 윤)
캄보디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담담한 듯하면서 날카롭다. 주인공들은 소박한 자기 삶과 사랑 이야기를 쉽고 짤막하게 풀어놓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언어 너머의 시간과 역사를 읽어내야 한다.
두 여성이 헤쳐가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 처음 만나 알게 되고, 신뢰를 쌓게 되고, 가까워지고, 함께 살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인정 받기 위해, 갈등하고 모욕을 당하며 싸우고 요구하고 주장해야 한다.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과 몇 마디 나오지 않는 내레이션 중에 ‘같은 성끼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었다’, ‘알지 못했다’ 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주목하라. 그래서 동성애자는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 사회생활을 해도 벽장 속에 있는 존재, 그래서 결국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이들이 헤쳐왔던 험난한 여정이다.
주인공들은 권리를 요구한다. 존재를 인정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결혼할 수 있는 권리.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액면 그대로의 언어에 한정되어 이들 여성커플의 이야기를 ‘동성애자의 권리’에 관한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섭섭할 것이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도 그녀를 사랑한다. 서로 의지하면서 산다는 건, 서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함께 요리하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부부(夫婦)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을 헤친 긴 사랑>이 주는 감흥의 큰 부분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다정하고 깊고 평등한 관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이여울(저널리스트, 여성주의 저널<일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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