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뱃속 아기는 잘 자라고 있나요?

인권해설

영화의 시작과 끝은 대리 출산을 의뢰한 이들과 대리모의 살가운 화상통화 장면이다. 의뢰인들은 대리모의 부른 배를 보며 경탄한다. 그녀가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기를 바라고, 가족들이 보고 싶다는 말에 안타까워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서로의 호의로 가득한 두 번의 통화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대비된다. 그 사이에 우리는 화상캠 시야 바깥의 사실들을 목격한다.

 

수요와 공급이 국경을 넘나드는 지구화된 시장에 상업화된 의료 영역도 들어와 있다. 낮은 가격으로 높은 기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 3세계’는 의료 관광의 주요 행선지가 되며, 영화의 배경인 인도는 특히 보조생식기술 분야의 국제적 중심지로 부상했다. 그리고 ‘불임클리닉’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리모까지 제공하는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병원에 고용된 중개인들은 여성들에게 대리모가 되는 것을 설득한다. 공장 일만으로는 집세, 학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여성들은 대리모로 지원한다. 영화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이런 현실에서 인도 여성들의 삶에 ‘의료’가 어떤 얼굴로 개입하고 또 등을 돌리는지, 대리모 당사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도 ‘대리모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러하고, 그것은 중요한 진실이다. 한국 사회도 전 지구적 시장 경제의 일부다. 국내에서도 암암리에 대리모가 중개되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난자 거래나 대리모 매매가 이루어진다. 일국의 규제로는 한계가 있고, 관련된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부족하다.

 

그러나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 영화의 메시지는 ‘대리모 문제’와 표면적으로 무관한 대다수 사람들의 코앞에 들이밀어진다. 가족의 유지와 국가의 재생산을 위한 ‘몸(자궁)’으로 존재해온 여성들. 의료의 ‘대상’이 되어 자기로부터 소외된 몸들. 특정 기술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주류 규범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축소 광고하는 의료 현실. 전제된 권력 구조는 은폐된 채 선택지란 미명으로 여성들에게 제시되는 어떤 실천들.

 

기술과 시스템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생겨나며 발전한다. 그러한 ‘정치’ 속에서 어떤 것은 강화되고 어떤 것은 보이지 않게 된다. 영화는 보이지 않게 된 것들에 대한 여성들의 증언이다. 그리고 화상캠 시야 바깥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실들이 존재하듯이, 이 영화의 프레임 바깥에,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 속에 이미 ‘대리모 문제’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여성 몸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제이(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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