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활동 안에서 문화운동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이자, 힘을 조직하는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대중문화 장르를 통해 드러내는 시도들이 인권운동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시도되었고 역사를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도 중요한 활동 영역입니다. 성소수자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나는 접점을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운동이 만나는 계기가 되고, 당사자들이 세상에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은 활동을 쉬고 있지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내 게이 합창단 ‘지_보이스’에 오래 활동했습니다. 노래하기를 좋아하던 게이들이 합창을 통해 모여보자는 마음에 시작된 모임이었고, 그 모집 공고를 보면서 저는 처음으로 ‘친구사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합창이란 음악 장르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과 만나 매주 2시간 연습하면서 나와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이어지는 만남이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고, 세상에 말을 건넸습니다.
활동하면서 계속 마주하는 고민은 역시나 어떻게 세상에 우리를 드러내느냐? 입니다. 성소수자로서 나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세상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상당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이 세상에 건너야 하는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지가 화두가 됩니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점점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에서 부담과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그러면서 모임의 형태나 말 걸기의 방식을 조금씩 변형하면서 나름의 지속 가능성을 꾀합니다.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같이하는 내가 소진되지 않도록 말이죠.
지난 2~3년간 코로나 시국은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게 한 집중적인 시기였습니다. 매주 만나서 합을 맞추며 활동하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만나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오히려 모임에 대한 운영과 미래 등을 더 고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활동의 구심점은 어떻게 찾고 있는지를 되물었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드러내어 활동하면 좀 더 반가운 세상과 마주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차별과 배제를 맞이했던 순간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도 좀 더 힘을 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힘은 결국 함께 고민하는 주변의 사람들 때문이었고, 변화와 희망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현장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해서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정말 다양하게 활동하는 문화 관련 모임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 이름을 다 옮길 능력이 없어 적지는 못하지만, 그 수많은 모임은 저마다의 모임의 정체성에 따라 자신들을 드러내며 모임의 목표를 이어가며 활동합니다. 나답게 존엄하게 살고자 거리로 나와서 함께 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현장, 각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그리고 갖가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 행사, 그리고 그 모임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들이 숨 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모임들은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자, 퀴어한 활동판이기도 합니다. 문화 활동 모임들이 저마다의 방식을 같이 공유하면서 좀 더 확장된 현장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자리를 상상도 해봅니다. 또 다른 일이 되겠지만 그것이 결국 우리들을 조직하는 것이고, 세상을 조직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요.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https://equalityact.kr/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로, 2022년 9월 현재 167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15개의 지역 네트워크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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