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감산정책은 말 그대로 석탄생산량을 감축하는 탄광회사에 대해서 감축하는 양만큼 지원금을 준다는 정책인데, 흔히 탄광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석탄산업 말살정책이라 불린다. 이는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10년 전인 1989년부터 시행된 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332개에 달하던 국내 석탄광은 1995년까지 7년 동안 3백5개가 문을 닫고 불과 27개의 탄광만이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89년 4만8천명에 달하던 탄광노동자는 1만1천7백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뒤이은 석탄감산정책은 경쟁력없는 석탄을 최대한 줄여 불필요한 정부지원을 줄이고, 석탄의 수요와 공급을 균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이런 명분의 뒤에는, 산업전사로 떠받쳐져 온 탄광노동자들의 급속한 몰락이 숨겨져 있다. 1995년 당시 감산정책이 시행되면서 5백70만 톤에 달하던 석탄생산량은 2년 만인 1997년 4백30만톤으로 대폭 감축되었다. 그 영향은 엄청난 것이었다. 2천명 정도를 고용하는 대규모 탄광 2개 이상이 폐광되었고, 이는 곧 지역 경기의 몰락을 야기했다. 1995년 만천7백명이었던 광산노동자들은 1997년에 7천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결국 광업권자는 감산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연간 수십 억원의 감산지원금을 받아 일방적인 혜택을 얻은 반면, 광산 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겐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굴레가 덧씌워졌다. <먼지의 집>의 배경이 되는 동원탄좌 하청업체인 제일기업 폐업은 이런 배경 속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사태였다. 10여 개의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동원탄좌는 먼저 하청업체 정리를 통해 감산과 정리해고를 밀고 나갔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된 것이 제일기업이었다.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일기업은 폐업되었다. 석탄감산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수년 뒤면 석탄산업은 년 3백만톤 생산규모에 2천∼3천명의 탄광근로자만을 둔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것이다.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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