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에서는 13명의 레즈비언을 20년간 기록하는 영상기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일까 짧지 않은 기간 같은 공간,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기록을 담은 <레인보우 팝콘>이 반가웠다.
기록에 담긴 당사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 “결혼이 가지는 지지와 허용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감”을 위한 선택, “나는 이 관계에서 생존할 수 있다.”던 주인공의 고백. 우리 단체의 13명의 레즈비언들의 입을 통해서도 기록되고 있는 흔한 고백이다.
이성애를 강요하고 제도결혼에의 편입을 ‘상식’이라 세뇌하는 세상 속에서 사랑을 독점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권력을 독점한 이성애주의와 제도결혼을 피하고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강압 속에서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동성교제를 선택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럼에도’ 이성교제를 선택한다.
두 경우에서 모두 이때의 ‘선택’이 온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랑과 하나의 가족구성에 집중되어 있는 ‘지지와 허용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감’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정말 이성애자인가?’, ‘혹 우리는 이성애를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성간 결합만을 정상화하고 제도결혼이 독점한 권력엔 문제가 없는가?’ 등의 질문을 자신과 사회에 던져야 한다.
사랑이 움직이듯 정체성도 움직인다. 이 세상 무엇 하나 불변하는 것은 없다. 하나의 선택만을 강용하는 세상, 그 선택을 의심하고 묻지 않는 사회는 위험하다. 사랑이 생존을 위한 도구가, 생존이 사랑의 결과가 아닐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박김수진(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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