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레드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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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지슬> 덕에 제주4.3사건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사실 4.3사건에 대한 국가적 판단은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일단락되었다. 이 법에 따라 제주4.3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되었고, <진상조사보고서>는 희생자와 그 유족들을 위로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4.3의 진실이 알려지기까지는 5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직도 더 규명되어야 역사적 진실들이 남아 있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헌트>도 바로 그 과정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97년 제2회 인권영화제의 상영작이었던 <레드헌트>가 국가보안법과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준식 집행위원장이 구속되었다. 이 영화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데다가, 북한의 대남적화혁명전략에 동조하는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레드헌트>가 “국가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관한 중요한 선례를 하나 남겼다. 이 과정을 통해 <레드헌트>의 상영을 막기 위해 동원된 국가보안법과 사전심의제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리고 왜 ‘표현의 자유’가 옹호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제주4.3 사건의 진상 규명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영화 자체가 곧 표현의 자유를 위해 분투해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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